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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타임즈]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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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9-05 15: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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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인권시민연합
기사입력 2017.09.04 10:53

“어릴 적 어머니께선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매일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떨어지는 별똥별에 대고 기도했습니다. 부모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 중인 탈북 방송인 이성주씨의 얘기다. 그는 북한에서 부모님과 헤어져 홀로 꽃제비(유목민을 뜻하는 러시아어 ‘코체비예’에서 유래된 말로 먹을 것을 찾아 떠도는 북한 어린 아이들을 지칭하는 은어) 생활을 할때에도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간절한 소원은, 꽃제비로 떠돈 지 4년여만인 2002년에 한국에 들어와 아버지를 만남으로써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가 지난 2016년에 처음으로 출간한 영문 책의 제목도 ‘Every Falling Star(별똥별)’이다. 그는 아직도 밤이 되면 별똥별을 찾아 바라본다. ‘어머니와의 재회’와 ‘통일’이라는 소원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이은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한국과 주변국들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초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이성주씨를 만났다. 그의 자전적 소설 ‘별똥별’의 한국어 번역서 ‘거리 소년의 신발’(2017) 첫 장에그는 친필 사인을 하며 한 문장을 더 적어 넣었다.

“Hope Is Never Lost(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뷰·글 허경은





 

 

 

 

 

 

 

 

 

 

 

 

 

 

 

 

 

 



평양에서는 몰랐던 북한의 현실

그는 평양에서 군인의 아들로 태어나 부족한 걸 모르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언젠가 무심히 ‘조선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한 아버지의 말실수 때문에 온 가족이 하루아침에 함경북도 경성군으로 추방당했다. 1997년, 그가 11살때의 일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북한은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최악의 식량난을 겪었는데, 이씨는 추방되기 전까지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경성으로 향하는 기차가 평양에서 점차 멀어지며 중간 역을 거칠 때마다 창 밖으로 많은 거지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여기가 조선이 맞느냐’고 아버지께 물으니, ‘이게 현실’이라고 답하셨습니다. 떠도는 제 또래 아이들의 모습이 11살의 저에겐 엄청난 충격이었죠.”

그때 차창 너머로 보게 된 풍경은 곧 그의 현실이 되었다. 추방된 지 1년만에 그의 아버지가 식량을 구하겠다고 집을 나서서 돌아오지 않았고, 그후 4개월만에 어머니도 편지 한 장과 한 줌의 가마솥 죽을 남겨둔 채 집을 나섰다. 12살에 홀로 남겨진 어린이 이성주는 그 날로 꽃제비가 되었다.

수많은 ‘오스카 쉰들러’를 찾아서

“살고 싶으면 훔쳐야 한다”고 말하는 친구의 말에 꽃제비 생활을 시작한 이성주는 또래 아이들과 떼지어 떠돌며 빵을 훔치고 농장 헛간 등에 숨어들어가 잠을 잤다. 떠돌이 생활 중에 먼저 세상을 떠난 두 명의 동료를 직접 묻어주기도 하고 구호소(꽃제비 아이들이 수용되는 곳)에 끌려갔다가 탈출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을 거리에서 보낸 그가 북한체제를 탈출해 한국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사라진 줄로 여겼던 아버지의 노력 덕분이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식량을 구하러 나간 아버지는 사실 한국에 와 계셨더군요. 가족들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백방으로 찾으셨고, 마침내 저에게 그 손이 닿았던 것이죠. 그러나 여전히 어머니의 행방은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탈북자 구출 작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어머니도 찾게 되지 않을까요?”

이씨는 한 명의 탈북자 구출에 평균 200~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현재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주로 단체나 기업가들을 만나 탈북을 돕기위한 펀드레이징 작업을 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에도 유대인을 구출해 낸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가 있었습니다. 유대인 학살 모습에 충격을 받은 쉰들러는 그들을 일꾼으로 쓰겠다는 명분으로 뇌물을 주는 방식으로 약 1,100여명의 유대인들을 구출해 냈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에 있는 수많은 ‘오스카 쉰들러’들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023.jpg▲ 배리 드볼린(왼쪽부터) 하원 수석부의장, 이성주 당시 하원인턴, 스티븐 하퍼 전 캐나다 총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2014/ 사진=이성주 제공)
 
“나는 ‘한반도인’이다”

이씨도 한국 정착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을 ‘형제’, ‘동포’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 와보니 저를 형제, 동포가 아닌 외국인처럼, 때로는 외국인보다더 못한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태어났으니 북한 사람이기도, 한국 국적을 가졌으니 한국인이기도 했지만 두 개의 정체성을 모두 가질 수는 없었습니다.”

2002년, 한국에 도착한 16살의 사춘기 소년 이성주는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그가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거듭한 끝에 찾아낸 정체성은 “나는 한반도인이다”였다.

“정체성을 찾고 나니 비로소 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반도인으로 해야할 일은 바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우리나라는 물론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했습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방황하던 이씨는 그 길로 검정고시에 매진해 졸업장을 따고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서강대학교에 입학해 정치외교와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이후에는 영국의 쉐브닝 장학금을 받고 워릭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졸업, 현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할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다. 
2014년 하반기에는 당시 캐나다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배리 드볼린 의원의 제안을 받고 캐나다 의회에서 인턴으로 보좌하며 북한인권 관련 청문회 등에도 참여했다.

“저는 통일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만약 구두닦이공이 되는 게 통일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기꺼이 할 것입니다.”

통일이 된 후 가보고 싶은 곳을 자신이 살던 평양이나 경성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겠다고 말한 이씨의 가슴 속에는 진정한 ‘한반도인’이란 정체성이 분명하게 심어져 있는 것 같았다.

자전적 소설에 북한의 참상 기술

11살 나이에 경성에서 처음 접하게됐던 공개 처형 장면은 이씨의 뇌리에 선명한 악몽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중국에 넘어가 성경을 접하거나 밀매를 한 죄로 잡힌 죄수들이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머리, 가슴, 다리에 총살을 받고 머리가 땅에 고꾸라지게 쓰러졌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죄수들은 죽어서도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024.jpg▲ '거리 소년의 신발' - 이성주 지음 / 씨드북, 2017
 
그는 자전적 소설 ‘거리 소년의 신발’에서 그가 목격한 북한의 참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공개처형, 꽃제비 생활을 하다 숨을 거둔 동료들을 고사리같은 두 손으로 묻어주고 흐느껴 울던 날, 구호소에 수용된 어린 여자 아이들이 성폭행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자해를 해 헝크러진 모습으로 변장하는 모습 등은 실로 읽어나가기가 불편한 정도의 참상이다.

“이념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입니다. 통일로 가는 과정이 분명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통일 과정에서 남북 간에는 물론, 남남 안에서도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해도 부부싸움을 하니까요. 결국 더 좋은 통일을 낳기 위한 하나의 진통이라 생각합니다.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북한 사람들을 외면하면서 어찌 통일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씨의 외모는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며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의 고생의 흔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을 만큼 곱상하다. 그래서일까.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이씨에게 사람들은 꽃미남이란 수식어를 붙여준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사람,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반복하는 안치환의 노랫말이 떠올랐다. 탈북 소년 이성주가 성인이 되어 이제 바로 ‘꽃보다 아름다운 한반도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듯싶었다.

 

 

 

 

http://kdtimes.kr/news/view.php?no=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