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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탁북 청소년의 하나 됨을 위하여 ④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9-04-05 14:09:52
조회수 :
91

 

탈북 청소년의 하나 됨을 위하여 ④

우리 시대의 ‘키다리 아저씨’를 기다리며

 

장제연

<연세대학교 사학과>

 

 

■ 탈북청소년과 ‘키다리 아저씨’

 

 2018년 12월 5일, 미국에서는 제41대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부시’의 국장이 거행되었다. 국장일은 ‘국가애도의 날’로 선포되었고, 국내외에서 추모객들이 몰려들었다. 고인은 대통령 재임 당시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려 냉전시대를 종식시킨 지도자로 추모되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인들을 감동시킨 사건은 그의 사후에 일어났다. 그가 오랫동안 필리핀 어린이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후원하고, 꾸준히 격려 편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CNN 등 언론을 통해 ‘키다리 할아버지’의 숨은 미담이 연이어 공개되었고, 뒤늦게 알게 된 아들 부시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을 맺어주었던 자선단체는 “아이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후원은 아이에게 용기를 주어 위대한 인물로 자라나도록 이끌어주었다”면서 고인의 선행을 기렸다.

 이 사연을 접하면서 만화와 소설을 통해 친숙한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고아원 출신의 소녀인 주디는 후원자의 도움을 받아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소녀는 그의 이름을 알 수 없어 얼핏 본 뒷 모습을 기억해 ‘키다리 아저씨’라고만 불렀다.) 의지할 데 없는 주디가 넉넉한 마음의 후원자가 아니었다면 공부는커녕 생계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탈북청소년이라고 해서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의인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인권 문제가 외면당하고 있는 요즘 세태를 생각해보면, 그 체제의 희생자인 아이들만이라도 보듬는 노력이 간절해진다. 공부 도우미와 후원, 상담자 역할을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도처에 있다면, 탈북청소년의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다

 

 그런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실제로 지역사회나 기업 차원에서 탈북청소년을 위한 재능기부 캠페인이 전개되곤 한다. 다만, 그 활동이 지속적이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멘토 활동은 생애주기별로 꾸준히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탈북청소년 정착 문제는 공교육에만 맡겨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공부는 물론 사회성, 리더십, 민주시민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는 물론 지역사회, 기업, NGO, 자선단체 그리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일찍부터 탈북청소년을 위한 지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교육 및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프로그램은 학업지원, 진로설계, 리더십 함양을 목표로 하며, 한겨레 계절학교, 리더십 프로그램, 진로진학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으로는 한겨레 계절학교를 꼽을 수 있다. 탈북청소년들은 3주 동안 합숙하면서 학과목(국어, 영어, 수학, 역사) 수업은 물론 통일과 민주시민 교육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를 통해 성장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된 후에도 다시 찾아와 자원봉사자로 참여함으로써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탈북청소년들은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외를 견학하고 현지 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국제적 감각과 리더십을 기르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그런 맞춤형 프로그램들이 운영되면, 아이들의 안목이 넓어지고 자신감이 넘쳐 날 것이다.

 

 

■ 연재를 마치면서: 하나 됨을 위하여

 

 탈북청소년에 관한 글을 연재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 사회에는 이들을 다문화 청소년들과 같은 부류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접근하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그 출생과 성장배경 부터 다르다.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으로부터 태어나 한국에서 성장한 다문화 청소년들과는 달리, 탈북청소년들은 북한에서 나고 자랐다. 그뿐만 아니라 북에서 남으로 이주하기까지 길고도 험난한 통과의례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탈출과 체포, 강제북송 위험 등 등 저마다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체험을 갖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겪은, 어른들도 감내하기 힘든 탈북 체험은 아이들을 깊이 있고 성숙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좌절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아이들이 자신감을 잃은 채 이등시민으로 살아가느냐 아니면 주인의식을 갖추고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느냐, 그 선택은 우리 사회의 수용 태도에 달려있다. 결국, 이들이 어떻게 성장하느냐는 우리들이 어떻게 보듬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린 나이에 남과 북 체제를 모두 경험해보았다는 점에서 통일한국 시대에 건설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민주시민 가치관과 창업가 마인드를 갖추고 남과 북 사이에 가교 역할을 맡게 되면, 비로소 우리의 노력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훗날, 북한 주민들은 궁금해 할 것이다. 우리들이 고통당하고 있을 때, 남쪽의 형제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라고. 그러면, 너희들을 잊지 않았고 남으로 먼저 온 아이들을 보듬었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탈북청소년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오랫동안 학교를 떠나있던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안겨주는 것, 아이들을 자활능력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변모시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의 눈물과 탈북체험을 승화시켜 남과 북을 아우르는 지도자로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몫일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 키다리 아저씨들이 더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