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료

[증언]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 곳, 북한 ⑦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9-03-15 14:41:42
조회수 :
418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 곳, 북한 ⑦

 

 

보위부 초절임

 

계속 뛰다가 길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군인, 군관 장교와 마주쳤습니다. 북한에서 새벽 1시에 숨을 헐떡헐떡 거리면서 뛰어다니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탈북자입니다. “야. 뭐야, 서!” 하는데, 갑자기 꾀가 생각났습니다. 당시에 군대들이 강도짓을 많이 했는데, 주민들 자전거 뺏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군인한테, 조금 전에 자전거 탄 군인 못 봤냐고, 그 자전거가 내 전재산인데 찾아야 된다고 하니까, 그 군인이 못 봤다고, 저보고 빨리 가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위기를 넘기고 숨어 지내다가 3일 만에 신고당해서 보위부에 잡혀갔습니다. 북한에는 ‘초절임’이라는 보위부 영화가 있습니다. 김치를 담글 때 배추에다 소금을 쳐서 배추를 죽인 다음에 양념을 바르는 것을 초절임이라고 하는데, 살아있는 사람을 그 정도로 죽여버린다는 말입니다. 반 정도 너덜너덜하게 만든다고, 처음에 보위부에 잡혀가면 초절임부터 당합니다. 제가 북한에서 100대를 맞았다면, 보위부에서 초절임 당하면서 맞은 것이 90대 정도 됩니다. 

 

보위부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한 평도 안 되는 철통이 있는데, 거기에 알몸으로 들어가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보위부 사람들이 발로 차서 넣고, 그 통을 밖에다 내놨습니다. 그때가 2월 말 쯤 되었는데, 북한이 정말 추울 때입니다. 철통에 있으면 바늘로 찌르는 고통입니다. 몸은 따뜻한데, 철통은 차고, 냉기에 새까만 공포에, 철통에 들어가면 정말 정신이 완전히 깨져버렸습니다. 보위부에 들어가서 영웅 지조를 지키려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들어가면 내가 기차를 훔쳤다고 말해야 되고,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말을 해야 합니다. 없던 거짓말도 만들어서 내놔야 합니다. 서서 들어갔다가 시체가 돼서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보위부에서  소리지르다가 정신 차려보면 또다시 감방이고, 쇠꼬챙이에 옆구리와 등을 찔려서 고름이 차고, 너무 맞아서 눈이 부어서 앞도 하나도 안 보일 정도였습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폐인, 짐승, 벌벌 기는, 딱 보게 되면 피 냄새와 송장 냄새와 사람 형체가 없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죽기로 결심하다

 

사람이 아닌 폐인으로 지내던 어느 날, 보위부원이 불을 때라고 시켰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재래식이니 화불탄에 불을 때라는 것입니다. 저는 자살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있는 불을 갈고리로 싹 꺼냈습니다. 밀폐된 화복간(부엌)인데, 불을 다 꺼내니 그 안에 연기가 꽉 찼습니다. 저는 눈물을 흘리면서, 아 내가 죽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인생 참 뭐 같고, 누나생각, 엄마생각, 어릴 때 생각도 많이 나고, 고아원 생각도 나면서 이제 죽는 구나 생각하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차려졌습니다. 북한에는 가스를 마셨을 때 민간요법으로 김치 물을 먹이거나 흙냄새를 맡게 하는데, 제가 쓰러지면서 흙바닥에 코를 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이 살았는데 그렇게 불행할 수가 없어서 통곡하며 울었습니다. 더럽게 죽지도 않는다면서... 

 

그렇게 보위부에서 3개월 정도 조사받고, 도 보위부로 호송되었습니다. 도 보위부로 가면 바로 22호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냥 저도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저는 남한행으로 잡힌 것이 너무 명백했습니다. 같이 한국가다 잡힌 일행 6명이 한국 간다는 것을 다 말해서 거짓말 할 수도 없었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