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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 곳, 북한 ⑥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2018-11-19 09:55:09
조회수 :
58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 곳, 북한 ⑥

 

 

                                  

 

장사를 시작하다

 

아버지와 어머니 서류가 블랙으로 되어있어서, 즉 토대가 나빠서 입당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젊음과 진심을 다 받쳐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을 듣고 다음 날에 도망쳤습니다. 아니 때려쳤습니다. 내가 나라를 위해서 이만큼 헌신했는데, 내가 무슨 큰 보상을 받으려 했던 것도 아니고, 조선노동당에 입당해서 나라를 위해 일하려고 버텼는데... 그 꿈이 없어지니까 제가 3년 동안 일했던 것이 허탈하고, 여기서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이제 나라를 위해 일하지 말고, 나를 위해서 일해야겠다고. 그 길로 백공호 돌격대를 나와 고향으로 갔습니다. 

 

고향에서는 누나가 장사를 해서 집을 장만해서 살고 있었습니다. 누나는 야무지고, 어딜가나 예쁨받고 잘 지내는 성격이라 장사도 잘 했습니다. 저는 누나의 짐꾼으로 고용되어 함께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안 해본 장사가 없습니다. 무산, 청진, 철성, 샛별, 온성, 라진선봉지역 등 안 다녀본 곳도 없었습니다. 판매 상품은 그 지역의 특산물 등 그때그때 달랐습니다. 그러다가 누나가 25살에 결혼을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결혼 적령기가 22살 정도라서 누나도 조금 늦게 결혼한 것이었습니다. 제게 누나는 엄마같은 존재입니다. 저보다 키는 한참 작지만 하늘같은 사람이었는데, 누나가 결혼을 하니까 허망함이 컸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괜히 매형 밥을 먼저 퍼 주는데 밥 속에 몰래 계란도 넣어 준 것 같아서 젓가락으로 한 번 찍어도 보고, 매형이 싫었습니다. 이제는 누나 손에서 벗어나서 독신으로 활동해야 된다고 생각하던 차에 한국에 간 엄마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 탈북을 결심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2010년 2월 17일 새벽, 사람들과 함께 두만강을 건널 계획을 세웠습니다. 김정일 생일이 2월 16일인데, 그 앞뒤로 다 특별경비기간이라서 경비를 두 배로 강화합니다. 그런데 저희 딴에는 등잔 밑이 어둡다고, 특별경비기간을 도강 날로 잡았습니다. 괜히 머리 쓰다가 옥로(올가미)에 걸려버렸습니다. 북한 경비대 중에서는 사람을 넘겨주면서 돈을 챙기다가 자기가 제대할 때쯤 입당하려고 갑자기 사람들을 잡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가 그 시기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같이 도강하려던 사람들은 제 친구, 아이 엄마, 장애인, 고등학생, 동네 형 등 이렇게 저 포함해서 7명이었는데, 숨죽이고 두만강을 올라가다가 잡혔습니다. 갑자기 “섯!”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식겁했습니다. 두만강을 올라갈 때도 심장이 귀 옆에 달려있는 것처럼 심장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습니다. 그 350m가 인생을 바꾸는 길이기 때문에 상상하지 못할 만큼 긴장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섯!”하는 소리가 들리니까 정말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습니다. ‘완전 망했다’이런 생각에 다들 굳어버렸는데, 제가 거기서 정신 차리고 제일 먼저 도망쳤습니다. 제 뒤로 도망친 사람들은 이미 경비대들한테 총으로 머리를 맞으며 잡혀가고 있었습니다. 뒤에서는 살려달라고 아우성이 났고, 저는 계속 도망치는데, 그때가 밤이 어두워서 50m만 가도 사람이 안 보였습니다. 이미 저는 50m이상 벗어난 상태로 한참을 뛰고 있는데 저한테 총을 쐈습니다. 귀 옆으로, 머리 위로 휙휙휙 총알 3발이 쫙 지나가는데, 이러다 죽을 수 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때 별의별 생각이 다 났습니다. ‘인생이 너무 고단하구나...’ 솔직히 행복한 적이 별로 없었고, 고아원에서 겨우 7년을 살아남았는데 또 돌격대에서 당을 위해 7년을 일했고, 이제 좀 내가 나만의 살길을 찾아 나서려고 하니까 이젠 나한테 총질까지 하고, 지금 이 순간 몇 초 전 부터 나는 이제 이 땅에서는 살 수 없는 몸이 되고. 처음에 총소리가 났을 때는 그냥 가만히 서있었습니다. 바로 죽을 수 있게 제발 정수리 쪽에 좀 쏴 달라고... 그러다가 총소리도 멈추고 저를 잡으러 오지도 않아서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향해 쏜 총소리에 순간 굳어버린 이위력씨.